Dream of/Me

정신과 약물 복용한다고 헌혈이 무조건 안되는 건 아닙니다.

kiiiid 2021. 7. 20. 14:54



저는 조울증(양극성장애) 2형 환자이며,
진료를 위해 5년 가까이 정신의학과를 다니고 있습니다.
 
정신과 약물을 먹거나 기타 질병으로 약물을 복용중이면 헌혈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꿈도 안꾸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일을 그만두면서 시간이 많아져서누군가를 돕는 일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봉사활동도 시국때문에 하기 힘들기도 하고
 
코시국 때문에 헌혈자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정말로 불가능한 게 아니라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헌혈을 시작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의 순서대로 헌혈 가능자인지 알아보시고,가능하시면 헌혈을 하셔서 자긍심도 챙기시고
필요한 분들께 도움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방문중인 병원의 의사선생님께 헌혈 가능 여부를 상의하고 처방전을 받으세요.

 
정신과 약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헌혈 불가 약물리스트는
대표적으로 건선 치료제, 전립선비대증, 탈모증, 여드름 치료제가 있습니다.
전자 문진에서도 저 약물들 복용 한 이력이 있는지 상세히 안내하고 거듭 물어보니 양심적으로! 체크하면 됩니다.
 

 
전자문진에서는 정신과 약물 복용중인지도 물어보는데요,
정신과 약물 복용중이라고 솔직하게! 체크를 하고
헌혈의 집에 방문해서 대면문진 때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말씀 드리면
저처럼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헌혈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대면문진 때복용중인 약의 이름과 (경우에 따라 용량), 그리고 해당 약물을 복용한 기간을 물어보기 때문에
처방전을 들고 가는 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무슨 약 먹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찾아가면 어차피 안된다고 할겁니다;;;
 
가장 확실한 건 스스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헌혈의집에 방문해서 직접 확인해 보는 겁니다!
 
 

2. 약학정보원에서 본인이 복용하는 약 이름을 검색해보세요.

 
https://www.health.kr/main.asp

 

약학정보원

2021년 6월 월간 허가 리뷰 '21년 6월에는 총 완제의약품 114품목이 허가되었으며, 296품목의 허가가 취하되었음. 신규 허가는 전문의약품이 74%(84품목), 일반의약품이 26%(30품목)를 차지하였으며, 허

www.health.kr

 
약학정보원과 같은 사이트에서 자신이 복용하는 약 이름을 검색 하면
헌혈 금지 약물인지 아닌지 표기가 따로 되어 있어요.

 
이런식으로 헌혈금지 조항에 별다른 코멘트가 없으면 헌혈 금지 약물로 지정된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제가 복용중인 약물들도 헌혈금지라는 표기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혈액관리본부의 의견이라
혈액관리본부가 판단하기에 제가 복용중인 약물이 헌혈에 적합한지를 문의해보기로 했습니다.

 

3.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문의 글을 남겨보세요

 

https://www.bloodinfo.net/

 

https://www.bloodinfo.net/main.do

오늘의 혈액보유량 (2021.07.20 기준) 전체3.9일

www.bloodinfo.net

 

Bloodinfo에 가입하고, 상담게시판에 아래와 같이 글을 남겨두었습니다.
(혹시나 같은 약을 복용중이신 분께서 스스로 헌혈 가능 여부를 판단하실 우려가 있어 약물이름은 모두 가렸습니다)
 

답변이 달리면 문자로 바로 알려줘서 정말 편리하더라구요. (SMS수신 동의 필요)

 
답변을 보니 저와 제 친구가 복용중인 정신과 약물이 헌혈에 제한이 없는 약물인 건 맞지만,
- 환자의 질병
- 현재 환자의 상태
- 약물 복용기간
에 따라서 가능 여부가 결정되니 헌혈의집에 방문해서 직접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4. 헌혈의 집 방문

 
병원에서 받은처방전, 그리고신분증을 반드시 챙기셔야 하구요,
저는 혹시 필요하면 혈액관리본부에서 받은 답변을 보여드릴 수 있게
제 질문과 답변을 캡쳐해 갔습니다.
 
예약상담이 아니었는데도 헌혈의집에서 정말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상담해주셨어요.
 
먼저 제 친구와 저의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각각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
그동안 입/원한 적은 있었는지, 병원다닌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약은 얼마나 오랫동안 복용하고 있는지...
등등 아주 자세하게 여쭤보셨던걸로 기억합니다.
 
거짓말 해서 어려운 사람 도와봤자 도움을 주는 게 아닐테니
여쭤보시는 질문에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 드렸어요.
 
만일 헌혈이 안되더라도 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으니 안되더라도 어쩔 수 없겠다.. 는 마음도 먹고 있었구요.
 
헌혈의집 선생님께서 다른 분께 전화도 하시고 확인을 하시더니,
 
저는 병원을 일주일에 한 번 간격이 아닌 한 달에 한번 간격으로 가는 등
정서적인 불안이나 우울이 좀 더 호전이 되면 나중에 헌혈이 가능하다 하셨고,
 
제 친구는 입원을 했던 이력이 있어서 거절되었습니다.
 
친구에겐 정말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도 납득이 안될 이유는 아니었기 때문에 받아들였습니다 ㅠ
 

5. 헌혈의집 소견에 따르기 

 
저는 호전이 되면 약물 복용 중이어도 헌혈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들었기 때문에
저는 그날 이후 한달에 한 번 병원에 갈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는 것을 목표로
끼니도 잘 챙겨먹고, 햇볕도 잘 쐬고, 잠깐이나마 운동도 하는 등
헌혈을 목표로 이것저것 하니 기분전환을 할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그 다음 병원 예약진료 타임 때
이젠 제가 한 달에 한번 방문할 정도로 안정이 된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확인도 받았습니다!
 

6. 헌혈 가능 소견을 받았다면 헌혈의 집 재방문 및 대면문진 진행 

 

그리고 며칠 전 헌혈의 집에 예약 방문해서
다시한 번 헌혈의 집에 상주하시는 담당자 분과 의사분과도 대면문진을 하며
정신과 약물 종류와 복용 기간, 병원 방문 주기 등을 말씀드리고
혈액검사 후 헌혈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인증샷을 별도로 찍진 않아서 만족도 조사 문자로 인증할게요.
 
 
우울증에 가까운 조울증 2형 환자로서 가라앉기만 하는 기분이 늘 고민이었는데,
헌혈을 목표로 몸관리를 하다보니 호전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자신감도 생기더라구요!
 
역시 남을 돕는 일이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한 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정신과 환자라고 해서 헌혈을 할 권리가 없다는 오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낮은 헌혈율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